장애인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엄마들이 건립반대 주민들에게 무릎까지 꿇어야 하는 세태 속에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유림동 주민들이 오히려 특수학교 건립에 큰 도움을 줘 화제다.
4일 용인시와 유림동 주민들에 따르면 유림동 955번지 일대 1만5005㎡ 부지의 용도가 최근 용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연녹지’에서 ‘학교부지’로 변경됐다.
이곳에는 경기도교육청이 238억원을 투입해 202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31개 학급(수용학생 199명) 규모의 공립 장애인특수학교를 건립할 계획이다.
장애학생이 2500여명에 달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가 기흥구에 있는 사립학교 1곳(150명 수용)밖에 없는 용인지역에서는 장애인 공립학교가 설립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장애인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 아님에도 학교건립이 추진되는 지역에서는 '내 집 앞'은 안된다는 반대 분위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용인의 공립 장애인특수학교도 유림동 건립이 확정되기까지 4년이 걸렸다.
이 의원은 나이 40이 넘어서도 부모의 보살핌 없이는 성인으로 사는 삶을 살지 못하는 친구의 장애인 자녀를 보고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건립에 뛰어들었다.
3선 지방의원인 그는 학교용지를 물색하다가 2014년 수지구 성복동에서 적당한 학교 부지를 찾았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장애 학생과 부모를 위해서는 도심에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읍소했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3선 의원을 하면서 주민들과 인연을 쌓아온 지역구 유림동밖에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6월 지금의 유림동 부지를 찾아냈다. 이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가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반대 민원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의원은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1년 가까이 설득했다. 마지막 최대 고비였던 학교 부지 소유자를 설득하는 일에도 주민 일부가 나서서 도움을 주면서 2개월간의 설득작업 끝에 승낙을 받아냈다.
이 의원은 “유림동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토지소유주의 ‘넓은 마음’이 있어 장애인특수학교를 건립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유림동 토박이인 박상훈(54) 유림동 통장협의회장은 “일부 주민의 반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주민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면서 “장애인 학생도 다 우리와 같은 가족이고 식구라는 생각을 하고 장애인특수학교가 절대로 혐오시설이 아니라고 반대 주민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장애인특수학교를 받아준 유림동 주민들을 위해 13억원을 들여 학교 인근 유림배수지에서 학교부지까지 300m 도로(폭 10m)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어렵게 부지를 결정한 만큼 장애학생들을 위해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시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