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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효과 없는 낙엽 다시 소각장으로

일자리 창출 등 ‘1석 3조’라더니… “효과 없다” 농민들 손사래 영등포구·제천시·청주 서원구 2∼3년만에 퇴비화 사업 포기
낙엽 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소각 처리비용 절감, 퇴비 확보라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15년 시작한 사업이었다.
낙엽으로 만든 부엽토는 관내 농가에 나눠줄 수 있고, 자체로 소비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 사업을 과감하게 중단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낙엽을 선별해 부엽토를 만들지만 농가에서는 쓰레기가 섞여 있다는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는 부엽토를 달라는 농가조차 없어 낙엽을 수거, 소각 처리하고 있다.
낙엽 수거에 유휴 인력을 투입하면서 한때 일자리 창출의 효자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쓰임새를 잃으면서 낙엽은 다시 소각되거나 매립장으로 가는 천덕꾸러기가 다.

이런 사정은 비단 영등포구만의 일이 아니다.
2013년 낙엽 수매제를 도입한 충북 제천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낙엽 5㎏짜리 1포대를 1500원씩에 사들여 퇴비로 만든 뒤 제천시 직영 꽃묘장 거름으로 활용했는데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면서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의 견학 발길이 이어졌다.

돈벌이가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1인당 한 달 평균 150만원의 제한을 뒀지만 가족에 친척, 이웃 명의까지 빌리는 주민이 생겨났다. 낙엽 속에 쓰레기를 섞어 넣어 선별에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역효과도 나타났다.
결국 제천시는 이듬해까지 2년간 이 사업을 한 뒤 2015년 끝내 중단했다.

청주 서원구도 2013년 도로변에 떨어진 낙엽을 수거, 신청 농가에 퇴비용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해에 20t을 웃도는 낙엽을 농가 10곳에 주고, 2014년에는 35t의 낙엽을 5개 농가에 보냈다.

서원구는 자원 재활용 외에 소각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3년째인 2015년까지만 이 사업을 벌인 것을 마지막으로 중단했다.
구청 관계자는 “흙·모래에다가 담배꽁초 등 생활 쓰레기가 섞여 있어 농가마다 손사래를 치는 데다 플라타너스 낙엽은 양질의 퇴비가 안 된다는 지적에 따라 사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공원 등 녹지대 낙엽을 수거해 농가에 지원하는 지자체가 더러 있지만 인력 부족 탓에 많지는 않다.
청주시 관계자는 “길거리에 낙엽을 담은 포대를 놔둬도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수거한 낙엽을 모두 소각장으로 보내 생활폐기물과 함께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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