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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슬픈 자화상 ‘치매’

치매 앓는 아내 위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 딴 91세 남편 10여 년간 홀로 돌보던 82세 치매 아내 살해한 80세 남편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최대식 할아버지(왼쪽)와 치매 초기인 부인 김현정 할머니. 직접 사온 과자를 부인에게 건네고 있다.(사진 KBS 화면 캡쳐)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수는 70만 명을 넘어섰다.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8’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환자수는 70만5473명으로 추정되며, 치매유병율은 10.0%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환자 수는 2024년에는 100만 명, 2039년에 200만 명, 2050년에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 부담도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다. 보고서는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074만원으로 추정했다. 국가치매관리비용은 약 14조6000억 원으로 GDP의 약 0.8%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65세 이상 치매환자 전체 연간 진료비는 약 2조3000억이며, 치매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약 344만원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 환자와 가족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는 정책인 ‘치매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는 치매환자는 내 가정의 문제일 뿐이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환자를 맡길 형편이 안되는 저소득 가정의 경우 환자 간호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가정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하거나 그도 아니면 환자를 집에 가둬두고 생활전선으로 나갈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우기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를 돌보던 가족들마저 우울증 등 정신적인 피폐함으로 무너져간다.
때문에 치매환자, 그 가운데서도 저소득 가정은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함께 돌보아야 한다. 

최근 치매와 관련된 두가지 뉴스는 대한민국 치매환자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2일 전북 군산에 거주하는 80대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해 경찰에 붙잡혔다.

홀로 돌보던 치매 아내 살해한 남편
전북 군산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8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2시께 군산 시내 한 주택에서 아내(82)씨의 가슴을 흉기로 한차례 찌르는 등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10여 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온 아내와 최근 요양병원을 들어가는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행 직후 유서를 작성하고 아들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새벽에 아버지로부터 전화를 받은 아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이날 오전 6시께 A씨 집을 방문, 어머니 옆에서 울고 있는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아내 돌보려 요양보호사 도전한 91세 최고령 합격자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직접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에 도전한 구순의 할아버지가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
지난달 23일 충남도에 따르면 2019년도 제27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합격자 발표 결과 91세로 예산에 거주하는 최대식 할아버지가 자격시험을 통과하며 역대 전국 최고령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1929년생인 최 할아버지는 지난해부터 치매 증세를 보이고 있는 아내의 약을 타기 위해 올 초 예산보건소를 찾았다 직원의 추천으로 요양보호사에 도전했다. 
지난 1월 예산지역 요양보호사교육원에 수강을 등록한 최 할아버지는 2개월여 간 강의를 들은 뒤 지난달 자격시험에 응시, 단 한 번 만에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요양보호사는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스스로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신체 및 가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시·도지사로부터 지정받은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서 표준 교육 과정 24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최대식 할아버지는 교육과정 240시간을 지각이나 결석 없이 성실히 수강하고 하루 8시간씩 밤낮으로 공부한 끝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부인이 치매 초기인 최 할아버지는 “실습을 마치고 남편이자 요양사로 보호해주고 간호해주면 자연적으로 치매도 치료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노력을 하면 뭔가가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이번 자격시험에는 전국적으로 5만 9175명이 응시해 5만 3108명이 합격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로망’은 45년을 함께 한 노부부가 차례로 치매에 걸렸지만 마치 동화 한편을 보는것처럼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영화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치매’호랑이처럼, 아귀처럼 무섭게 달려들어 환자의 정신을 파괴하고 한 가정을 무너뜨린다. 말로만 하는 ‘국가책임제’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이 시급한 현실이다.
강현주 기자olda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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