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올해, 유통가는 매서운 한파 덕에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다.
이른 추위와 롱패딩 열풍 등으로 방한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백화점의 겨울 정기세일 매출이 작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고, 11월 매출증가율도 올들어 가장 높았다.
다만 ‘반짝 호황’에 그치지 않고 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11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다. 올해 월별 최고 증가율이다.
롯데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4∼8월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9월 3.4%로 올라섰으나 10월에는 다시 -1.2%로 떨어졌다. 9월과 10월 매출증가율 격차는 작년과 올해의 추석 연휴 시점 차이 때문이다.
결국 11월 들어 추위와 함께 매출이 실질적으로 뛴 셈이다.
겨울 정기세일 실적도 좋다. 지난달 16∼30일 롯데백화점 매출증가율(기존점 기준)은 9.3%로 집계됐다.
방한용품 수요로 아웃도어(37.7%), 스포츠웨어(39.4%), 가전(39.5%) 부문 매출이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 김상우 영업전략팀장은 "작년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와 롱패딩 열풍이라는 호재에 매출이 늘었다"며 "당분간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11월 매출증가율이 4.6%로, 올해 최고였다.
현대백화점 역시 10월까지 작년 대비 소폭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며 매출이 정체됐으나 추위에 웃었다.
겨울세일(11월 16∼30일) 기간 매출증가율은 8.3%로 집계됐다. 이른 추위로 패딩, 코트, 모피 등 방한용품 매출이 작년보다 34.3% 급증했다고 현대백화점은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겨울세일 매출은 같은 기간 12.7%(기존점 기준 2.6%) 증가했다. 역시 추위 영향으로 스포츠 장르 매출이 39.9% 급증했다.
특히 고가 브랜드 겨울외투(아우터) 매출이 많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지난 9∼11월 몽클레르, 무스너클, 캐나다구스 등의 프리미엄급 브랜드 패딩 매출은 57.6% 증가했다.
이는 일반 브랜드 스포츠(23.2%), 여성·남성 캐주얼(25.3%) 아우터 매출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평창 롱패딩이 화제가 됐고 소비심리도 개선된 만큼 유통업체들은 앞으로 실적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 호조는 아무래도 추위와 마케팅 시점이 잘 맞은 영향이 크다”며 “소비심리가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