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공기 나쁜 도심서 걷기운동 안 하는게 낫다”

폐활량 떨어지고, 동맥경직도 7% 높아져… 도심 교통 통제 강화해야
공기 나쁜 도심에서 산책을 하면 건강에 오히려 해로우니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연구 결과가 의학 권위지 ‘더 랜싯’(The Lancet)에 실렸다.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악영향이 운동의 건강 증진 효과를 상쇄한다는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논문을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실험 대상자는 건강한 사람(40명)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40명), 허혈성심장질환(IHD) 환자(39명) 등 만성질환자가 섞여 있었다. 이들은 모두 만 60세 이상이었으며 최근 12개월간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하겠다고 자원한 이들 119명이 런던 시내의 혼잡 지역 ‘옥스퍼드 스트리트’나 도심 공원 ‘하이드 파크’ 에서 낮 시간에 매일 2시간 걷도록 하고, 산책 전후에 폐활량, 혈압, 혈류량과 함께 동맥경직도를 나타내는 맥파 전달 속도(pulse wave velocity)와 파형증가지수(augmentation index) 등을 측정했다. 기침, 가래, 숨참, 재채기 등 증상도 함께 기록했다.

아울러 검댕,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이산화질소(NO₂) 등 대기 오염물질 수준에 대한 데이터도 기록해 분석 데이터로 삼았다.
분석 결과 똑같은 2시간 산책이라도 공기가 비교적 좋은 하이드 파크에서 하는 경우와 오염이 심한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하는 경우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랐다.

이들이 공기가 비교적 맑은 하이드 파크에서 산책한 후 폐활량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됐으며, 이런 개선 효과가 24시간 넘게 지속되는 사례가 많았다.
또 동맥경직도를 나타내는 맥파 속도는 건강한 사람과 COPD 환자에서 24%, 심장질환 환자에서 19% 감소할 정도로 공기가 맑은 곳에서 운동을 할 때 긍정적 효과가 컸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하이드 파크에서 산책을 시작한 후 5시간 뒤 폐활량이 7.5% 증가했고, 3시간 뒤 맥파 속도는 5% 감소했으며, 이런 긍정적 변화는 26시간이 지나도 지속됐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산책한 경우 폐활량은 산책 시작 후 잠시 증가했다가 곧 제자리로 떨어졌고, 동맥경직도는 7% 높아졌다.
이런 부정적 변화는 디젤 자동차에서 나오는 검댕과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COPD 환자들의 경우는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되면 기침, 가래, 숨참, 재채기 등 증상이 악화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