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민들은 대한노인회에서 희망을 보았다.
대한노인회 집행부가 부영태평빌딩 1층 컨벤션홀에서 제3차 임시총회를 열고 각급회장 3선을 허용하는 정관개정안을 부의안건으로 올렸으나 이날 출석한 236명의 대의원 가운데 123명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시도연합회장, 시군구 지회장이 모두 대의원인 대한노인회 대의원총회 구성상 3선 개헌은 아주 ‘달콤한 유혹’이었다.
4년씩 두 번 회장에 출마할 수 있는 현행 규정을 세 번까지 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이해득실만을 따지면 통과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도 없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이 안건을 심의하는 임시총회 개최가 통보되자 만에 하나라도 이 안이 통과되면 어쩌나 하고 우려하는 각급회장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참석 대의원 236명 가운데 찬성 102표, 반대 123표, 기권 1표, 무효 10표로 부결됐다. 많은 대의원들이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소신 투표를 한 것이다.
특히 내년에 재임으로 임기를 마치는 연합회장 및 지회장이 37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얻어진 결과라서 더욱 값지다.
대한노인회 창설부터 대한노인회 20년사, 30년사를 주도적으로 만들고 대한노인회와 노인복지에 평생을 바쳐온 90대의 박재간 옹(93·한국노인문제연구소 명예이사장)은 지난 7월13일 대한노인회 이사회에서 3선 허용 정관개정안을 임시총회에 상정하자는 안건이 가결되자 “이는 역사적으로 보아도 대한노인회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총회에 상정되더라도 부결되기를 바란다, 대의원인 각급회장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끌탕을 했다.
본지 창간호에는 기고를 통해 “이러한 일이 우리 대한노인회에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노파심에서 글을 쓴다”고 밝혔다.
또한 한 달여가 흐른 뒤 행정학박사이기도한 하정용 대구북구지회장은 본지에 보낸 기고문에서 “노인회 각급회장은 봉사직이요 명예직이다.
봉사는 한 자리에서 8년이면 족할 것이며 더 하겠다고 할 필요가 없다”면서 “한자리에 오래 있으면 나태해지기 쉽고, 부조리에 물들 수 있다. 한 자리에 12년씩이나 묶어 두게 되면 업무의 지속성 보다는 적폐의 우려가 있으며 다른 보통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하 지회장은 이어 “봉사를 더 하고자하니 정관을 바꾸자는 말은 좀 우스꽝스러운 것 같다. 더 봉사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으로 봉사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봉사 외에 무슨 ‘플러스알파’가 있는지 모르지만 있다면 더욱 고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지회장은 “정관개정이 통과됐더라도 보건복지부에서 정관변경 승인이 됐겠느냐”며 “괜히 젊은이들에게 어른답지 못하게 흉한 꼴만 보여줄 뻔 했다”고 말했다.
B지회장은 “나는 재선도 출마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기회를 주려한다”면서 “4년이면 적당하고 길어야 8년이지 12년을 하겠다는 발상은 ‘노욕’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C지회장은 “중앙회장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 신·구집행부가 무리한 일을 추진하는 바람에 때 아닌 임시총회까지 열고, 대의원들이 원근각지에서 추운 날씨에 고생들 많았다”며 “다시는 중앙회장 출마자가 3선 허용 정관개정을 공약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환 기자olda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