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앉아 열심히 한글을 깨우치는 곳이 있어 화제다.
파주시에 위치한 비영리단체인 파주 한마음 교육관에서는 60세 내외의 어르신들과 다문화가정의 주부 등 40여명의 학생들이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다.
문순희 관장(53)은 비영리단체인 이 교육관의 운영방침이 어려운 환경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여 배움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과 다문화가정의 주부들을 위해 한글 문해교육(문자해득교육)을 포함한 중학교 과정 교육을 지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직화된 교육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여러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지원에 의지해 어르신들과 다문화 가정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은 물론 중학교 과정까지 펼치고 있는 ‘파주한마음교육관’은 문순희 관장의 교육봉사 철학에 의하여 10년 전부터 운영해 온 활동이다.
지난 10년간 변변한 교실조차 없이 지역초등학교와 금촌1 동사무소를 전전하며 더부살이 교육을 해 온 문 관장은 지난해 현 위치인 금촌역 부근 금강빌딩 4층에 정식 교육관을 마련한데 이어 금년 파주시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성인중학교 학력 인증기관으로 지정 받았다.
2020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게 될 파주 한마음 교육관은 이현경 사무국장(49)과 이강선 교무부장(57) 및 퇴직한 중등학교 교사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활동의 성과로 지난 4월 초졸 검정고시에 6명, 8월 중졸 검정고시에 4명이 각각 합격, 어르신들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하였단다.
“보람있는 봉사활동으로 가슴 뿌듯할 때가 많지만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았다”고 말 하는 문 관장은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 아이들이 중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을 받고 있지만 젊은 시절 가난과 싸우느라 교육의 시기를 놓치신 어르신들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힘들게 삶을 엮어 오신 수고를 위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봉사일까를 생각하며 어려움을 이겨왔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교육관에서는 두 영역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로 어르신들을 위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중학교 과정 공부와 과목별 교육이 자원봉사 교사들의 지원으로 추진되고 있고, 다양한 체험활동과 함께 평생학습축제에서 ‘늘 푸른 어르신 백일장’을 통해 교육의 성과와 할머니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고
두 번째가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이다.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과 다문화가정 자녀들 간의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마다 교육장에 모여 공부와 함께 다양한 문화를 배우며 바른 인성 갖기를 지원하고 있다.
문 관장이 처음 교육관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 됐다고 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한글지도다. 다문화센터의 권유로 지난 2008년부터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글 지도를 해 온 것이다.
당시 토픽시험 4급에 합격해야만 국내 기업체에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취업을 희망하는 다문화가정 주부들에게 학습지원은 절대적 필요한 요소였으며, 첫 해 교육을 받고 합격한 다문화 가정의 한 주부는 현재 다문화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는 교육도 중요했지만 그 자녀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다문화가정 멘토링이 학습 지원만큼 중요하다 생각했고, 2010년부터 금촌 고등학교 학생들의 지원을 받아 매월 두 차례씩 진행해 온 멘토링 활동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단다.
문 관장은 또 ‘따복공동체’ 프로그램을 3년 째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영어 교재나 부교재 개발 방법을 익히게 해 영어강사 도우미로서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실제 본 과정을 마친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정 속에는 봄가을 소풍, 파주영어마을 견학. 문산 중학교 학교탐방 등 중등교육과 관계한 체험활동과 재량활동 등도 포함돼 있다.
“어르신들께서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동안 먹고사는 문제와 자녀 양육 등으로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교육활동을 통해 웃음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 너무나 보람됩니다.”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봉사자 이현경 교사의 말이다.
한편 파주시에는 20세 이상 성인 인구 중 초등학교 잠재 수요자가 1만564명, 중학교 잠재수요자는 2만4125명으로 3만4739명이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중학 학력 미만 성인 인구로 추정되고 있다.
김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