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올해 3월 1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내렸다. 탄핵심판을 통해 현직 대통령이 탄핵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곧바로 지위를 상실했고 조기 대선을 거쳐 새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탄핵과 별개로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국정농단 수사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 후 검찰에 구속됐다. 4월 17일 기소돼 5월 23일 첫 재판이 시작됐다.
관련자 재판에선 줄줄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비선진료’ 인사들,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도 2심까지 유죄를 받았다. 최순실 씨는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로 1, 2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고 항소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고 항소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 광고감독 차은택 씨 등도 모두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이들과 공범 관계나 뇌물 수수자의 지위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은 10월 법원의 구속 연장에 반발해 재판을 ‘보이콧’했다. 사선 변호인도 총사퇴했다. 법원은 국선 변호인 5명을 지정하고 궐석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2. 제 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한 촛불혁명으로 한국사회는 조기 대선의 열기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든 데 이어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에 따른 대통령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대선 레이스 초반 보수 표심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향했으나,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온건 성향의 진보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로 옮겨갔다. 이후 민주당 후보로 문 전 대표가 확정되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보수 표심이 쏠리는 현상이 빚어졌다.
결국 대선은 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5파전으로 치러졌으며 문재인 후보가 41.08%의 득표율로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대서양협의회가 시상하는 2017 세계시민상을 받는 자리에서 자신을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표현한 뒤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3.북한 6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도발
북한은 올해 6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올해 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고 주장한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았다.
올해에만 총 15회, 20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7월 4일에는 첫 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를 했고,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정상각도 발사 등 도발을 이어간 끝에 11월 29일 또 다른 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9월 3일에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김정은 정권 들어 4번째이자 작년 9월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에 감행된 6차 핵실험에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과 제재 고삐를 죄자 한반도 정세는 더욱 경색됐다.
미국은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앞세우고 있지만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대북 군사옵션을 거론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은 계속되고 있다.
4. 포항서 규모 5.4 지진… 수능 연기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국내에서 일어난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지진이었다.
포항 지진은 발생 깊이가 3∼7㎞ 지점으로 경주 지진(11∼16㎞)보다 진원이 얕아 전국에서 흔들림이 감지될 만큼 충격이 컸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고조됐다.
포항 지진의 피해 규모는 시설물 피해 2만7300여 건, 피해액 551억원으로 경주 지진 당시 집계된 피해액 110억원의 5배가 넘었다. 포항 지진의 여진은 2.0∼3.0 미만 64회, 3.0∼4.0 미만 5회, 4.0∼5.0 미만 1회 등 12월 9일까지 총 70회 발생했다.
정부는 포항 지진 이튿날인 16일 치러질 예정이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일주일 뒤인 23일로 연기했다. 수능이 자연재해 때문에 연기된 것은 1993년(1994학년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었다.
5. ‘적폐청산’… 국정원 댓글 등 수사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1호인 ‘적폐청산’ 기조에 따라 검찰은 7월부터 5개월 넘게 전 정권을 겨냥해 숨 돌릴 틈 없는 수사를 벌였다. ‘적폐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각급 검찰청이 수사 의뢰·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형태로 주로 이뤄졌다.
검찰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 40여 개 팀을 운용하며 여론 조작을 벌인 사실을 밝혀냈다. 또 국방부 태스크포스로부터 군 사이버사령부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군무원을 동원해 댓글공작을 벌인 단서를 입수, 김관진 당시 장관 등 군 수뇌부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수사했다.
박근혜 정권 국정원도 야권 성향 정치인·민간인 등을 사찰·음해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국정 농단’에 관여한 의심을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국정원 불법 사찰의 배후에 있었다는 의혹도 파헤쳤다.
검찰은 국정원이 대기업을 압박해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한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 40여 억원을 상납한 사실도 파악해 재판에 넘겼다. 국정원 특활비를 함께 수수한 조윤선 전 정무수석,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박근혜 정권 ‘실세’들도 모두 수사 선상에 올랐다.
6.최저임금 7천530원… 최대 인상
최저임금위원회가 7월 15일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확정했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보다 16.4% 오른 금액이며, 2000년 9월∼2001년 8월(16.6% 인상) 이후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이 같은 인상 폭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 이행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인상 결정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1인 가구 노동자는 월급 기준(209시간 기준)으로 올해보다 22만1540원 인상된 157만3770원을 받게 된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은 크게 늘어 영세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7.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과 봉합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 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갈등을 거듭했다.
양국 갈등은 3월 사드 발사대 2기가 오산 기지로 들어온 데 이어 4월 말 사드 부지인 성주 기지에 발사대, 사격통제레이더 등 장비 반입이 이뤄지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한류 연예인 출연 금지 등 문화영역에서 출발한 중국의 보복은 올 들어 사드 부지를 공여한 롯데의 중국 사업장에 대한 일제 소방·위생 점검과 그에 따른 영업정지, 한국행 단체여행 상품 판매 중단 조치 등으로 확대돼 갔다.
양국은 10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될 즈음 물밑 교섭 등을 통해 본격적인 ‘출구’ 모색에 나선 끝에 10월 31일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담은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라는 제목의 문서를 발표하며 갈등을 일단 봉합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 정부의 ‘3불’(사드 추가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한미일 군사동맹화 부정) 언급을 사실상의 ‘약속’으로 간주하며 공개적으로 ‘이행’을 요구하는 등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8. 시민이 결정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대선 때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정부가 이미 1조6000억원을 투입한 5·6호기의 종합 공정률이 29.5%(시공 11.3%)에 달하자 ‘공론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반 여론조사와 공론조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학습과 토의과정을 일컫는 숙의(熟議) 절차.
공론화위원회는 1차 전화조사에서 2만6명의 응답을 받아 이 가운데 500명을 시민참여단으로 선정했고, 9월 16일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시민참여단 478명에게 건설 재개·중단 양측의 주장이 담긴 동영상 강의와 자료집을 제공했다.
시민참여단은 최종 4차 조사의 양자택일 ‘7번 문항’에서 건설 재개 59.5%, 중단 40.5%로 19.0% 포인트 차이로 건설 재개 결론을 냈다.
동시에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을 하라는 ‘묘수’를 내놓아 후폭풍까지 차단함으로써 ‘숙의 민주주의’실험의 완벽한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9.3년 만에 육지로 올라온 세월호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맹골수도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침몰 해역에서 끌어 올려져 3년 만인 올해 4월 11일 목포신항으로 옮겨졌다.
선미 램프를 절단하고, 선체에 구멍을 뚫어 무게를 줄이는 등 힘든 과정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인양이 마무리됐다.
목포신항 거치 이후 수색 당국은 미수습자 9명을 찾기 위해 객실 구역과 화물칸, 침몰 해역에서 수색을 벌였다.
수색 7개월간 객실 구역과 침몰 해역에서 단원고 조은화·허다윤 양, 고창석 교사, 이영숙 씨의 유해가 수습돼 장례가 치러졌다.
그러나 단원고 박영인·남현철 군, 양승진 교사, 부자지간인 권재근 씨와 혁규 군의 유해는 찾지 못했고, 가족들은 11월 18일 목포신항을 떠나 ‘유해 없는 장례’를 치렀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 조사를 마치고 선체 보존과 활용 방안을 함께 담아 내년 5월 최종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한다.
10. 8·2 부동산 대책, 가계부채 눈덩이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청약조정지역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6·19대책으로 시작됐지만 이는 투기과열지구라는 메가톤급 규제책이 담긴 8·2 대책의 예고에 불과했다.
8·2 대책에서는 규제 종합세트라 불리는 투기과열지구가 6년 만에 부활하는 등 고강도 규제책이 쏟아졌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 세종시까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내려가는 등 대출이 빡빡해졌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는 등 재건축 규제도 신설됐다.
서울의 강남 4개 구를 비롯해 용산, 마포 등 11개 구와 세종시는 추가로 대출 규제 등이 적용되는 투기지역으로 다시 묶였다.
2주택자가 청약조정지역 내 주택을 팔 때 양도세율이 기본세율에 10% 포인트 중과되고 3주택자 이상인 경우는 20% 포인트 추가 과세되는 등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도입됐다.
한편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와 저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9월말 1419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구당 7269만원 꼴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향후 대출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가계의 대출금 이자 상환부담이 커지고 금융권의 부실대출 규모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