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혜(74) 시인이 손자에게 사랑을 담아 일기처럼 쓴 편지와 이에 화답해 손자 조재면 군이 할머니에게 쓴 편지를 묶은 책 ‘행복편지’(해냄)가 출간됐다.
앞서 김초혜 시인은 2008년 한 해 동안 매일 편지를 써 다섯 권 분량의 가죽 노트를 손자의 중학교 입학선물로 건넸다. 그리고 이 편지글을 책으로 묶어 2014년 5월 ‘행복이’란 제목으로 펴냈다.
중학교(청심국제중)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객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 재면 군은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며 외로움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
또 할머니의 사랑과 가르침에 보답하는 의미로 할머니의 편지에 답장을 틈틈이 썼다. 이 답장이 또다시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사이 재면 군은 고등학교(용인외고) 2학년이 됐다.
김초혜 시인은 1980∼90년대 시집 ‘사랑굿’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끈 시인이자, 널리 알려진 대로 ‘태백산맥’ 조정래(74) 작가의 부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슬하에 둔 외아들과 그 손자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여러 글과 언론 인터뷰에서 드러내 왔다. 조부모와 한데 어울려 무한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손자들은 그 사랑과 기대에 부응해 무럭무럭 의젓하게 자라왔음을 이 책 ‘행복편지’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재면 군은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할머니,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손자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그런지 그 어떤 장애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장애는 제 앞에서 무너지고 맙니다. 할머니가 저의 중학교 입학선물로 주신 인생독본인 ‘행복이’는 할머니가 직접 써서 주셨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빨간 가죽 노트 다섯 권에 매일매일 편지 쓰듯이 쓰신 그 정성에 저는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할머니, 이 글들은 저를 위한 할머니의 기도문 같아요. 할머니가 그렇게 기도하시니 저는 아주 훌륭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오늘 편지글은 아무리 화가 나도 화를 겉으로 드러내지 말고 참으라는 말씀이셨어요. 할머니, 저는 잘 참는 편입니다. 참으면 이긴다는 말씀, 분노하면 백전백패라는 말씀, 확실하게 그 뜻을 알지 못하고 있지만, 지치지 않고 깊이 생각하면서 할머니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시인이 오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쓴 지혜로운 조언들은 성인 독자들도 되새겨볼 만한 내용이 많다. 이제 막 청소년기에 접어든 손자가 그 가르침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안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