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적과의 ‘공동운명체’ 유감

한성주의 안보칼럼
김일성이 스탈린과 모택동의 직접적 군사지원 하에 남침을 감행하여 시작된 1950년의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례로 김정은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5일에는 한반도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며 노골적으로 전쟁재개를 협박했다. 
그해 3월 24일에는 ‘3일전쟁 유튜브’를 만들어 전 세계에 자신의 전쟁전략의 목표들을 천명했다.

1일차 목표에는 기습공격을 통해 미국인 15만 명을 일거에 포로로 잡고, 2일차에는 탱크 4600대 장갑차 3000대를 동원하여 서울은 물론 전국의 지자체와 군부대를 석권하고, 3일차에는 안정화작전을 통해 치안을 회복한다는 과감한 전략목표들이 선을 보였다. 

북한군의 땅굴전략을 알지 못하면 이 전략목표들은 한낮 허풍에 불과하다. 
당시 대한민국의 정치군사지도자들은 특히 전 현직의 육군대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것을 허풍이라고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하고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군의 땅굴전략을 알면 이것은 단순한 허풍일 수 없다. 
1964년 월남의 통킹만에서 미해군의 전투함정이 월맹군의 공격으로 격침되면서 미군의 월남전 개입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미군은 개전 후 얼마 안 되어 전장 250km에 달하는 ‘구찌땅굴’이라는 거대한 늪에 빠져 버린다. 월맹군과 베트콩은 한밤에 땅굴에서 기어 나와 잠자는 미군들의 막사에 난사하여 수많은 미국인 젊은이들이 하룻밤 새에 세상을 떠나게 한다. 

워싱턴에서는 수만 수십만 명의 반전데모대들이 모여들어 젊은이들을 더 이상 월남에서 죽게 하지 말자고 소리친다. 
미군은 구찌땅굴을 찾아 파괴하기 위해 고엽제를 뿌리고 불도저로 땅을 밀고 융단폭격을 하고 별수단을 다 써 보지만 별 효력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국무장관 키신저가 동분서주하여 마침내 1973년 미국과 월남과 월맹 간에 평화협정을 맺고 미국의 군대를 월남에서 철수시킨다. 미국이 월남을 포기한 것이다. 
그 이후 1975년 월맹군의 대규모 구정공세의 결과 그해 4월 30일에 월남은 월맹에 항복하고 만다. 

당시 월남에는 월맹의 고정간첩들이 창궐하였다. 대통령 비서실장, 야당당수, 정보국장, 신문사사장, 종교지도자, 전투기조종사 등이 고정간첩으로 활약하였음이 나라를 잃고 난 후에서야 밝혀졌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월남패망의 원인이 ‘간첩과 땅굴’이었다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도 ‘간첩과 땅굴’ 때문에 월남 꼴 날 수 있는 위기 가운데서 굴러가고 있다.

6.25전쟁을 다시 되돌아본다. 
3년간의 전쟁 끝에 1953년 7월 27일에 맺은 휴전협정은 유엔군총사령관 클라크와 북한최고사령관 김일성 그리고 중공인민지원군사령관 팽덕회 등 3개 진영 대표 간에 서명이 이루어져 발효되었다. 

즉 전쟁 당사국인 대한민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등 전투병력 파병국가 16개국 그리고 이탈리아 및 인도 노르웨이 덴마크 등 의료지원병력 파병국가 5개국 도합 22개국의 유엔군을 대표하여 미국의 클라크 장군이 서명했고, 북한군을 대표하여 김일성이, 중공군을 대표하여 팽덕회가 서명을 한 것이다. 

특히 전투병력을 파병한 16개국은 다 같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를 지키기 위하여 이 땅에서 아래와 같은 전사자를 내면서 우방국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를 지켜주었던 것이다. 

◆미국: 36,940명  ◆영국: 1,078명       
◆캐나다: 312명  ◆터키: 741명       
◆호주: 339명  ◆필리핀:112명     
◆태국:129명  ◆네덜란드:120명  
◆콜롬비아: 163명  ◆그리스:192명 
◆뉴질랜드: 23명   ◆벨기에: 99명
◆에티오피아: 121명   
◆프랑스: 262명  ◆남아공: 826명   
◆룩셈부르크: 2명                              
* 한국전쟁기념재단/liger94님의 블로그 中

이 6.25전쟁을 겪으면서 탁월한 선견지명을 지니셨던 이승만 건국대통령께서는 미래의 국가안보를 위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에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이를 1954년에 발효시켰다. 감사를 드릴 일이다. 

이러한 한미동맹의 막강한 군사력이 있어서 6.25전쟁의 적국 북한 중국 러시아의 군사력을 억제하면서 한반도에 자유와 평화를 유지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인 브룩스 미육군대장은 한미연합사령관직과 주한유엔군사령관직을 겸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한 축인 미국은 대한민국의 동반자이면서 공동운명체임을 의미한다.

지난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하였다. 중국은 우리의 주적인 북한과 군사적 동맹관계에 있는 나라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우리의 적국인 셈이다. 
이러한 적국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와 북경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중국과 ‘공동운명체’라고 힘주어 선언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6.25전쟁의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공동운명체는 전장에서 함께 피를 흘린, 또 지금도 유엔군사령부를 대한민국에 유지 운영하면서 적국과 대치하고 있는, 미국을 위시한 참전21개국임이 분명할 터인데 대통령은 적국의 수장에게 ‘공동운명체’라고 선언했다. 한미동맹의 군대가 휴전선에서 적국 북한과 중국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웬 날벼락과도 같은 선언이란 말인가? 이것이 소위 ‘균형외교’란 말인가? 심히 유감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