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까지 요금제 개편에 가세하면서 통신 3사 요금 경쟁이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무약정 가입자 혜택을 늘리고, 고가요금제의 데이터 용량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등 고객 혜택을 강화했다고 강조하지만, 근본적인 요금 인하보다는 정부의 추가 인하 요구를 막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통사의 요금제 개편은 무약정 고객 혜택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출시된 KT의 ‘LTE 데이터 선택(무약정) 요금제’는 약정을 없애고 저가 요금제일수록 데이터 제공량을 크게 늘린 점이 특징이다.
월 3만2000대(32.8) 요금제에서는 기존보다 3.3배 많은 월 1GB를 제공하고, 3만8000원대 요금제(38.3)는 2.5배 늘어난 2.5GB를 제공한다. 4만원대 이상 요금제에서는 데이터 제공량을 두 배로 늘렸다. 음성과 문자는 모두 무제한이다.
특히 KT의 3만2000원대 무약정 요금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에 준한다는 평가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에서 데이터 1GB 이상, 음성 통화 200분 이상을 제공하는 안이 논의 중이다.
요금은 보편요금제보다 비싸지만, 데이터 제공량이 동일하고,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이라는 점에서 보편요금제처럼 저가 요금제에서 인하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LG유플러스도 작년 11월 기존 요금제보다 데이터를 두 배 더 주는 ‘데이터 2배 무약정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월 3만2000원대 요금제에서 700MB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무약정 요금제 대신 무약정 고객에게 요금이나 단말대금 납부에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제공하는 ‘무약정 플랜’을 출시했다.
통신 3사는 추가 데이터와 포인트 제공 등 무약정 혜택 확대를 강조하지만, 일반 소비자 혜택 확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약정이 없는 만큼 25% 요금할인은 적용되지 않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2∼3배 더 사용하는 조건으로 25% 할인을 포기해야 한다. 3만2000원대 요금제의 경우 월 82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장기로 이용하기보다는 약정이 끝난 고객이 잠시 이용하기 적합하다는 평가다. 오히려 약정이 끝난 고객을 기존 통신사에 붙잡아두는 ‘록인(Lock-in)’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무약정 고객은 전체 고객의 10%가 채 안 돼 당장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다.
25% 요금할인 가입을 더디게 하는 효과도 있다. 25% 요금할인 가입자는 제도 시행 6개월 만인 이달 1000만명을 넘어섰다. 요금할인 가입자 증가는 매출 감소로 이어져 이통사에는 달갑지 않다.
장기적으로 늘어나는 자급제폰과 중고단말 가입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최근 나온 신규 요금제 역시 근본적인 통신비 부담 경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속도·용량 제한 없는 8만8000원대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았지만, 고가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치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SK텔레콤은 무약정 플랜과 함께 일정 기간 후에는 남은 약정 기간이 줄수록 할인반환금(위약금)도 줄도록 반환금 제도를 개편했다. 그러나 기존 요금제는 손대지 않았다.
조만간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방침이지만 실질적인 인하 효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통신사들이 앞다퉈 요금제 개편에 나선 데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통신업계는 특히 요금 연쇄 인하를 불러오는 보편요금제 도입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는 요금제가 시장에서 나온다면 법제화를 재고할 수도 있다”고 밝힌 만큼 고객 혜택을 늘리는 방식의 자율적인 요금제 개편은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는 방어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
통신사들이 실질적인 요금 인하 대신 고가요금제 혜택을 늘리거나 약정제도와 할인반환금 제도만 손보면서 생색을 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은 “저가 요금제 혜택을 늘려도 대리점에서는 여전히 고가요금제를 유도하고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한 개편이 아닌 국민에게 실질적인 인하 효과를 주는 요금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