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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새벽을 응원합니다” 11년째 ‘1천원 밥상’ 식당

청주 만나김치식당 김일춘·박영숙씨 부부
손님들이 밥값을 알아서 계산하도록 놓은 바구니에는 1천원짜리 지폐 50여장이 수북이 쌓였다.
“싸고 든든하게 아침을 챙길 수 있는 식당은 이곳밖에 없습니다”
지난 5일 오전 7시께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만나김치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온 이두훈(39)씨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서원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인 이씨는 이날 동료 3명과 함께 이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오전 5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이씨는 4년째 매일 아침 이 식당의 ‘1000원 밥상’을 이용하고 있다.

환경미화원이나 택배 기사, 건설현장 근로자들처럼 이른 아침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식당은 단돈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따뜻한 국과 백반을 먹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이날 아침 메뉴는 무국, 배추·열무김치, 오이지, 무조림, 무채 등이었다. 몇천원씩 하는 정식 백반에 비하면야 부족하지만, 제법 구색을 갖춘 이 식당 아침 밥상의 가격은 1000원이다.

식사를 마치고 1000원짜리 지폐를 놓는 손님마다 “잘 먹었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했다. 손님들이 밥값을 알아서 계산하도록 놓은 바구니에는 1000원짜리 지폐 50여 장이 수북이 쌓였다.

식당 대표 박영숙(63·여)씨와 남편 김일춘(69)씨는 2008년부터 1000원짜리 아침 식사를 팔고 있다. 박씨가 전날 밤늦게까지 국과 반찬을 준비해 놓으면 남편 김씨가 새벽 5시 식당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이 부부의 ‘1000원 밥상’은 설날과 추석 이틀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이 없다. 지난 1일 새해 첫날에도 30여 명이 이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김씨는 “우리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은 대부분 새벽일을 나가는 분들”이라면서 “하루라도 쉬면 아침을 거르게 되니 식당 문도 매일매일 열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씨 부부는 당초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공짜 밥을 먹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아 1000원만 받기로 했다. 이윤이 남지도 않는 데다 이른 새벽부터 식당일을 해야 하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아침 ‘장사’를 하고 있다고 박씨는 전했다.

박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다들 어려운데 일찍 일하시는 분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만 봐도 뿌듯하다”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웃들에게 아침 식사를 계속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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