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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직 끄떡 없습니다”

새해 극장가 ‘그것만이 내 세상’ 윤여정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등 노익장 ‘과시’
‘아이 캔 스피크’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연기한 나문희.
새해 극장가에 관록 있는 노(老) 배우들이 속속 얼굴을 비치고 있다.  
17일 개봉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에는 장년의 여배우가 여럿 나온다. 윤여정이 조하(이병헌)와 진태(박정민) 형제를 연결하고 보살피는 어머니 주인숙으로 출연한다. 도회적 이미지를 벗고 무한한 애정으로 형제를 감싸는 어머니를 연기했다.  

고 이만희 감독의 ‘뮤즈’로 명성을 떨쳤던 배우 문숙도 피아니스트 가율(한지민)의 할머니 복자 역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나이 지긋한 배우들의 활약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나문희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연기한 ‘아이 캔 스피크’로 연말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고 안방극장의 ‘국민 엄마’고두심은 ‘채비’로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했다. 백윤식이 천호진·성동일과 호흡을 맞춘 ‘반드시 잡는다’는 스릴러로서는 드물게 노익장을 앞세웠다.

이런 변화는 고령화에 따라 장년층이 극장가 주요 고객으로 등장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관객은 전체의 10.0%로 2013년 5.7%에서 배 가까이 증가했다. 2.8%에 그친 10대에 비하면 3∼4배 많다. CGV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젊은층이 맛집 탐방 같은 새로운 여가에 눈을 돌리는 반면 중장년층은 취미활동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년이나 노년층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낸 상업영화는 여전히 드문 편이다. 올해 선보일 작품 중에는 민규동 감독의 신작 ‘허스토리’ 정도가 눈에 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로, 김희애·김해숙·예수정·문숙이 출연한다.

독립영화 쪽에서는 지난해 김혜자·송재호 주연의 ‘길’과 박인환·오미희의 ‘푸른노을’ 등이 선보였지만 많은 관객의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비밥바룰라’를 제작한 영화사 김치의 정유동 대표는 “어르신들에게는 내 인생 얘기 같고, 젊은 관객은 자녀 입장에서 부모님을 볼 수 있는 영화로 기획했다”며 “과거에도 어르신들 위주의 영화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우울하고 슬픈 내용이어서 다른 연령층 관객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외면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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