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한때 극소수만이 누리던 특권이었다. 5000 년 전인 청동기시대 인류의 출생 시 평균 기대수명은 18세로 추정된다. 2000 년 전인 로마제국시대는 35세였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현재 여자 85.4세, 남자 79.3세로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
신간 ‘늙어감의 기술’(현암사 펴냄)은 노후 삶의 질은 천차만별이고 그 선택의 폭은 훨씬 넓다고 충고한다. 노년의 행불행은 하기 나름이란 것이다.
저자는 40여 년간 획기적인 연구로 노인의학 분야를 개척해온 마크 E. 윌리엄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다.
그는 생물학, 심리학, 문화, 정신적 차원의 다채로운 이야기로 노화의 비밀을 풀어내며 늙고 죽는 것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기억력, 창의성, 학습능력이 떨어질 거란 생각은 편견이다. 80세 노인 중 절반 이상이 완전히 정상적인 인지 능력을 유지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신의 최대 역작을 72세에 썼고, 바흐, 베토벤, 베르디, 스트라빈스키는 노년에 대표작을 작곡하기도 했다.
막연히 나이가 들면 늙을 거로 생각하지만, 노화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제각각이고 생물학적 나이와 숫자상의 나이는 다르다.
“노인의학 전문의로 일하면서 배운 한가지 교훈이 있다면 노화는 천편일률적인 과정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점점 더 차별화되고, 생물학적으로 독특한 존재가 되어간다.”
책은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기술도 알려준다. 무병장수의 비결을 요약하면 오랜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뿌리치고 몸과 마음에 적절한 자극을 가하는 것이다.
행복한 노년을 위한 마지막 조건은 생의 완성이자 마지막 관문인 죽음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노년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태도가 당신의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지금 밟아야 할 첫 단계는 자신의 현실을 인식하고 나이가 들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말년의 삶이 품고 있는 풍부한 잠재력을 제대로 검토해 볼 수 있다.”
김성훈 옮김. 376쪽. 1만6000원.
성수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