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측이 5월 말∼6월 초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측 간의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싼 줄다리기와 신경전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거론하고 나오고 있는 반면 미국은 단계적 해법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 조치’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과거 북핵 협상의 방식이었던 단계적 해법은 지난달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거론하면서 재부상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동조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한 뒤 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 관련) 사태 전개는 러시아와 중국이 제안한 ‘로드맵’(평화적·단계적 문제 해결 구상)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최종 단계인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보장에 관한 다자합의로의 점진적 진전을 포함하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단계적 해법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한반도 비핵화를 단계적·동시적 조치로 풀어갈 수 있다는 북한 외교 당국자의 발언에 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과거 협상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은 모두 실패했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관계자는 11일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접촉 과정에서 단계적 해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미국은 과거 북핵 협상의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북미대화의 중요 쟁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단계마다 별도의 합의를 만들었던 과거 6자회담 방식을 대표적 ‘실패 사례’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 관련국들의 상응조치를 포괄적으로 담은 9·19 공동성명이 2005년에 나왔지만 구체적인 이행 시한이 명시되지 않은 가운데,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담은 2007년 2·13합의가 나오기까지 1년 5개월의 시간이 다시 흘렀고 그 사이에 북한은 첫 핵실험(2006년 10월)을 했다.
또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담은 2단계 합의인 10·3 합의(2007년)가 나오기까지는 또 약 8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런 진통을 겪고도 결국 6자회담은 핵시설 및 핵무기 폐기 단계까지 가지도 못한 채 신고 내용 검증 문제를 둘러싼 갈등 속에 좌초했다.
그 과정에서 합의에 따른 경제지원 등을 챙긴 북한은 합의 파탄의 책임을 다른 관련국들에 돌린 채 핵시설을 원상복구했다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이른바 ‘원샷딜’(One shot deal), 즉 핵시설 가동중단에서부터 최종 단계인 핵무기 폐기까지의 시한 및 이행절차를 담은 단일 로드맵 합의를 만들고, 단계별 이행은 최대한 압축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결국 ‘단계론’과 ‘원샷딜’의 간극을 메우는 데는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 조치를 신속히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북미간 신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폐기까지 조기에 이행하려면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북미간 상호 불가침 조약 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안보상의 상응조치도 조기에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은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가정하면 결국 비핵화 조치와 북한 체제 보장 관련 상응조치를 ‘행동 대 행동’ 원칙 하에 속전속결로 합의하고 이행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즉, 미국이 강조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한이 요구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약칭 CVIG)을 단기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창의적 해법을 만들 수 있을지가 향후 북핵 프로세스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김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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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8-04-16 18:06: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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