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7년 병인양요부터 신미양요, 갑신정변,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쳐 1910년 경술국치까지 서양 신문과 잡지에 실린 한국 관련 기사를 모은 자료집이 출간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대중적 인기를 누린 신문과 잡지 14종에서 한국 관련 기사 75건을 추린 뒤 원문과 번역문을 담은 책 ‘19세기 말∼20세기 초 서양인이 본 한국’을 펴냈다고 15일 밝혔다.
자료집에는 한국 근대사의 주요 장면을 서양인들의 시각으로 기록한 기사와 여행기가 시간순으로 수록됐다. 또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과 삽화가 충실하게 실렸다.
기사 작성자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단편적이고 왜곡돼 있다. 예컨대 미국 주간지 ‘하퍼스 위클리’의 1904년 1월 30일호 기사 ‘극동 지역의 위기’를 보면 고종을 희화화했다는 느낌을 준다.
헬렌 그레고리 플레셔는 이 기사에서 1890년 신정왕후가 세상을 떠났을 때 고종이 조문하러 온 중국 사신과 겪은 사건을 적었다.
플레셔는 고종이 중국 사신을 영은문(독립문)까지 나가 맞이했으나, 특별 연회장에서 시중들에게 그간의 관례를 깨고 자신에게 먼저 음식을 대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적었다.
플레셔는 그러나 중국 사신들이 이를 알아챈 뒤 신속하고 강경하게 사과를 요구하자 단호한 어조에 놀란 고종이 바로 복종했다면서 “고종은 이전의 과감함에서 물러나 굴욕적으로, 공포에 떨며 완벽한 겁쟁이로 변해버렸다”고 묘사했다.
1894년 8월 11일 발행된 영국의 ‘더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에 게재된 기사 ‘조선 스케치’에서도 조선을 미개한 땅으로 보는 서양인들의 태도가 확인된다.
작성자는 “조선인들은 온순하고 상냥하다. 하지만 매우 게으르다. 이 점에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일본인과 부지런한 중국인과는 매우 대조적이다”라며 “조선인들은 모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입을 벌리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고 적었다.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서양인 중 일부는 흰옷, 초가집, 온돌 같은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한국 문화를 빨리 개선해야 하는 미개한 것으로 인식했다”며 “정치적으로는 일본의 침략을 방조하고, 일본의 지배가 한국을 위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자료집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www.museum.go.kr)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분량은 3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