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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식 사랑’ 설명할 뇌부위 찾았다

美 하버드대 연구 성과 “뇌 시상하부 전시각중추 담당… 총각 쥐도 아빠 쥐로 변신”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도, 아이를 낳은 뒤에는 자녀에게 한없이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
나이가 들어서도 변하지 않아, 70대 아들·딸에게 ‘아들 바보’, ‘딸 바보’의 모습을 보이는 90대 노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내리사랑’은 사람 뿐 아니라 일부 포유류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를 통틀어 ‘부모 행동’이라고 부른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이런 부모 행동을 조절하는 뇌 부위를 찾아냈다. 어버이의 사랑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11일 자에 실렸다.

쥐의 경우 ‘부모’가 되면 보금자리를 만들고, 새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새끼 쥐를 보듬어주는 시간이 늘어나는 반면, 다른 쥐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다.
연구진에 따르면 부모가 되기 전후의 행동 변화는 수컷 쥐에서 잘 관찰된다. 교미 경험이 없는 ‘젊은이’ 수컷 쥐는 다른 새끼 쥐를 물어 죽이는 등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암컷과 교미한 뒤 자신의 새끼가 태어날 때쯤 되면 이런 공격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쥐의 부모 행동이 뇌 시상하부의 전시각중추(medial preoptic area)와 관련돼 있음을 밝혀냈다. 이 부위는 수컷 쥐의 성적 행동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여기 있는 세포 중에서도 ‘갈라닌’(galanin)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신경세포가 부모 행동과 관련돼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갈라닌 발현 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자, ‘젊은이 쥐’도 마치 ‘아빠 쥐’처럼 공격성이 줄어들고 새끼를 보듬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암컷 쥐 역시 수컷 쥐와 같은 뇌 부위가 부모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 신경과학 분야 연구자인 이은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는 바이러스 및 형광단백질을 이용해 뇌 회로를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또 칼슘 이미징을 통해 부모 행동이 나타날 때 시상하부 내 특정 세포의 활성을 현미경으로 직접 확인했을 뿐 아니라, 광유전학적인 방법으로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며 나타나는 쥐의 행동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캐서린 듀락 교수는 “포유류의 부모 행동 같은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세부적인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연구는 언젠가 산후우울증이 있는 엄마와 아기의 유대를 돕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성수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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