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동물 체세포 복제 사례인 복제 양(羊) 돌리 탄생의 주역인 과학자 이안 윌머트(73. 사진) 박사가 11일(현지시간) ‘세계 파킨슨병의 날’을 맞아 자신이 4개월 전 이 병을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돌리로 본격화된 줄기세포 관련 연구는 그동안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질병 치료법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돼 왔다.
윌머트 박사 입장에서는 치료법 개발의 길을 열었지만 정작 자신이 관련 질병에 걸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질병을 오히려 치료법 개발에 공헌하는데 이용하기로 했다.
퇴행성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새로운 세대의 치료법 실험을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연내 일본에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투입해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는 실험이 예정돼 있다.
윌머트 박사는 “내가 기니피그가 돼 조직을 기부하거나 새로운 치료법을 시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개와 함께 길을 걷다가 갑자기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파킨슨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생전에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을지를 묻자 “희망은 하지만 많이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6∼7년 뒤에 다시 같은 질문을 해달라”고 말했다.
윌머트 박사는 지난 1996년 에든버러대학 로슬린 연구소에서 또 다른 과학자 키스 캠벨 교수와 함께 다 자란 양의 체세포를 복제해 새끼 양 돌리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당시 6년생 양의 체세포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핵이 제거된 다른 양의 난자와 결합시켜 대리모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최초의 포유동물 복제에 성공했다.
돌리는 태어난 지 6년 6개월 만에 폐질환으로 안락사했지만 동물 복제 연구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