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시력장애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는 당시 ‘유미’(Yumi)라는 이름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지휘에 맞춰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중 아리아 '여자의 마음'을 열창했다.
바로 이 로봇을 만든 유럽 최대 로봇 개발업체 ABB의 울리히 슈피스호퍼 최고경영자(CEO. 사진)를 독일 대중지 빌트가 만나 언젠가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대한 인터뷰를 인터넷 국제 영문판에 최근 게재했다.
슈피스호퍼 CEO는 “로봇들이 이미 지휘를 할 수 있다면, 언제쯤 인간 일자리를 빼앗게 되겠나”라는 물음에 “그건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느냐, 않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오히려 기술은 부와 일자리에 계속 기여해왔다”고 답했다.
슈피스호퍼 CEO는 1990년 세계 인구 약 3분의 1이 빈곤선에 못 미치는 삶을 살았지만, 오늘날 그런 인구는 10분의 1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통계를 제시하고 ABB도 자기가 입사한 2005년에는 직원 수가 9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13만6000 명으로 늘었다며 논지를 보강했다.
그는 오늘날처럼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난 때는 없었다고 밝힌 뒤 그러나 “불확실성 역시 최고”라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미래 역할이 어떨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자기에게 닥칠 일을 다들 궁금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산업화는 공장을 넘어서 나아갔고 로봇의 노동(작업)은 전 영역을 커버하는 만큼 우리는 (로봇 작업에 관한) 자격 조건과 전적으로 새로운 노동체제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그럼에도 로봇은 우리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지 않고 인간(노동)을 보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중국에 있는 ABB의 한 거래업체가 공장에서 휴대전화 스크래치 검사 작업을 위해 여성 직원 5천500명을 고용했는데, 그 지역 노동력이 부족하여 현재 같은 작업을 위한 로봇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슈피스호퍼 CEO는 “따라서 직원들은 더 높은 가치의 직무를 하고 있고,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도 했다.
슈피스호퍼 CEO는 이에 맞물려 ‘구강 외과의사는 바닥 타일공보다 자기 일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고 “창의성이 결정적일 것”이라고 대답하고서 “우리가 바닥 타일공을 그저 타일을 까는 이가 아니라 훌륭한 무늬를 창조하는 사람으로 본다면 그 일자리는 매우 오랫동안 존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예를 들면 우리는 로봇과 3D 프린터로 6m 폭의 개울 위에 다리를 자동적으로 건설할 수 있지만, 풍경에 걸맞은 아름다운 다리를 지으려면 여전히 인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