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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영어 금지 ‘오락가락’ 학부모들 “정부 혼란만 초래”

찬성 측도 “방향 설정 맞지만 후속조치 없이 성급”
교육부가 16일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방침을 보류하고 개선안을 내년 초 내놓기로 하자 학부모들은 “혼란만 초래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금지를 찬성하는 쪽에서도 “후속조치도 마련하지 않고 성급히 추진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6살 딸에게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을 시키는 김모(37)씨는 “정부가 영어수업을 금지한다고 해 영어학원을 알아보던 중이었다”면서 “반대여론이 거세다고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니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에 문제가 있다면 단속을 강화하거나 자율규제를 유도하면 된다”면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워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론조사에서도 학부모 상당수는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면 다른 사교육을 시킬 생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이달 5∼10일 유치원·어린이집 학부모 41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88.9%가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면 영어 사교육을 시키겠다고 응답했다.

교육부의 오락가락 행보로 학부모 뿐 아니라 유치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최성균 사무국장은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방침이 철회될 줄 알았는데 1년 보류됐다”면서 “학부모들과 협의해 영어수업을 운영하는데 이를 금지하는 것은 유치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사무국장은 “영어수업 금지로 유치원 입학예정 아동들이 영어학원 유아반으로 대거 옮겨가는 상황이 우려됐다”면서 “입학예정자 수에 맞춰 올해 유치원 운영계획을 다 짜놓은 상황이라 유치원들이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학생과 학부모 여론을 반영한 현실적 결정”이라면서도 “정부가 정책을 번복하고 혼선을 초래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정부는 과거 정부보다 자신들의 ‘원칙’을 여론과 상관없이 추진하려는 성향이 강해 보인다”면서 “공약이라고 밀어붙이지 말고 반대 목소리도 충분히 수렴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에 찬성하는 쪽은 교육부가 ‘방향설정’은 제대로 했지만 성급히 추진했다고 꼬집었다.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구본창 정책2국장은 “후속대책 없이 금지방침만 내놓아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고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유아 대상 고액 영어학원을 단속하겠다는 정부방침에 대해서는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구 국장은 “정부가 중·고등학교를 포함해 (공교육으로) 어떤 영어교육을 실현해 나갈 것인지 종합적인 방안을 함께 제시했으면 국민도 이해하고 동의했을 것”이라면서 “내년 초까지 실태조사를 벌여 구체적인 영어 사교육 규제방안과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유치원위원장은 “놀이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유아교육과정에 외국어 학습을 넣는 것은 학부모 요구에 맞춘 것”이라면서 “학부모 요구만 고려하고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은 정책을 또 내놓았다”고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보류방침을 비판했다.최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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