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가야사 문화권 조사·정비를 국정과제로 선정한 이후 처음으로 전북 남원시 인월면 유곡리와 아영면 두락리 일대에 남아 있는 가야와 백제 무덤들이 사적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지리산 줄기인 연비산에 모여 있는 고대 고분 40여 기를 묶은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호남 지역 최초의 가야유적 사적 지정 예고 사례로, 그동안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방치돼 있던 전북 남원·장수 지역 가야 혹은 가야계 고분에 대한 문화재청의 사실상 첫 행정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비교적 저조했던 호남의 가야유적 조사와 연구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완만한 능선을 따라 고분이 있다. 40기 중 12기는 지름 20m가 넘는 대형 고분이다. 지난 1989년과 2013년에 진행된 발굴조사에서는 가야계 수혈식 석곽묘(竪穴式石槨墓·구덩식 돌덧널무덤)와 백제계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 돌방무덤)이 확인됐다.
특히 32호분으로 명명된 무덤은 석곽의 크기가 길이 7.3m, 너비 1.3m, 깊이 1.8m로 조사됐다. 백제 왕릉급 무덤에서 나오는 청동거울이 무덤 주인공의 머리 주변에서 발견됐고, 금동신발 조각도 출토됐다. 이외에도 철기류 210여 점과 토기류 110여 점이 나왔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의 무덤은 봉분을 견고히 하기 위해 성질이 다른 흙을 번갈아가며 판축기법(흙을 얇은 판 모양으로 켜켜이 다져 올리는 방법)으로 쌓고, 석곽을 축조할 때 나무기둥을 이용하는 등 삼국시대 무덤 조성 기술이 잘 남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에서는 가야와 백제는 물론 향토 세력의 유물이 고루 나왔다”며 “고대 남원 운봉고원 지역의 역사와 문화 연구에 도움이 되는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사적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