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순위 변경… 고위직 지시로 부결된 ‘채용’ 다시 살아나기도
채용비리 징계시효 연장… 부정합격자 5년간 공공기관 응시 제한
‘신의 직장’ 공공기관은 불합격자나 미리 내정된 수험생을 합격자로 포장하기 위해서도 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합격 배수를 늘리거나 고위 인사의 지시로 위원회를 개최해 없어졌던 채용이 살아나기도 했다.
면접 위원이 아닌 고위 인사가 불쑥 면접장에 나타나 특정인에게 유리한 질문을 던져 높은 점수를 주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가 지적된 공공기관은 채용 전 과정을 완전히 공개하고 소규모 채용은 전문대행기관을 지정해 운영하는 등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채용 과정에 대한 내부 감사를 강화하고 주무 부처의 정례 점검과 조사도 더욱 엄중하게 하기로 했다.
29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가 점검한 275개 기관 중 257개 기관에서 총 2311건의 지적사항이 쏟아졌다. 인기 금융공공기관으로 꼽히는 한국수출입은행은 당초 채용 계획과 달리 채용 후보자의 추천 배수를 바꿔 특정인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병원은 서류 전형에서 합격 배수를 조정해 특정인을 합격시켰다. 이후 면접전형에서는 면접위원 전원이 점수를 몰아줘 같은 사람을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아예 고위 인사의 지시로 특정인을 합격자로 내정했고 채용 절차는 형식적으로 운영됐다. 내정자를 제외한 나머지 수험생들은 짜인 각본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들러리를 선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고위 인사의 지시로 면접 위원을 내부인으로만 편성한 뒤 특정인을 위한 단독 면접을 하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인사위원회에서 특정인 채용이 부결되자 고위 인사의 지시로 다시 위원회를 개최해 불합격자를 최종 합격시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항공안전기술원은 면접 위원이 아닌 고위 인사가 면접장에 들어와 특정인에게 유리한 질의를 한 사실이 드러나 지적을 받았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고위 관계자의 자녀를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면접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줬고 한국석유관리원은 면접 점수를 내정 순위에 맞도록 변경한 사실이 밝혀졌다.
행정안전부가 특별점검한 지방 공공기관에서도 채용비리가 만연했다.
총 824개 지방 공공기관의 5년간 채용업무에서 적발된 비리는 489개 기관 1488건이었다.
23건은 수사 의뢰하고 3건은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수사 의뢰 사례를 보면 강릉의료원은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선발할 때 편파적인 점수로 순위를 변경해 합격자를 결정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경영 악화라는 이유로 직원을 권고사직하도록 종용하고서는 해당 업무에 다른 직원을 신규채용했다.
경기도 문화의전당은 의원면직 후 재정상 회수 처분을 받은 비위자를 회수 조치를 완료하지도 않았는데도 다시 채용했다가 적발됐다.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이미 내정자를 정해두고 채용공고를 냈다가 적발됐다.
대구시설공단은 ‘관련 업무 3년 이상’이라는 경력직 요건을 채용하지 않은 자를 채용했다가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