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강원 강릉시 한복판을 흘러 동해(바다)로 흘러가는 남대천에서 월동 중인 새들이 최근 최강한파로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여름 철새지만 텃새화된 백로가 냉동고를 방불케 하는 강추위를 견디는 모습은 더 안쓰럽다.
해가 뜨기 전 하천 중간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하얀 섬이 생겼다.
폭 3∼4마리씩, 길이는 족히 10m 이상은 돼 보인다. 얼핏 보면 얼음덩어리나 눈을 쌓아 놓은 듯하다. 60마리가 넘는 백로가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햇볕을 쬐며 아침을 맞는 모습이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도록 서로 몸을 밀착하고 고개를 처박은 채 한파를 견뎌낸다.
백로는 희고 깨끗해 예로부터 청렴한 선비의 상징이었지만 추위 앞에서 고고한 자태를 던져 버린 모습이다. 해가 뜨고 햇볕이 따사로움을 선사할 때쯤인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하나둘 자신들의 섬을 떠났다.
그러고도 백로 대열은 한동안 유지됐다.
백로의 이런 모습은 주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칼바람을 피할 수 있고 햇볕이 잘 드는 갈대 앞 등에도 10여 마리씩 모여 혹한의 겨울 아침을 견뎌낸다.
이모(56·강릉시)씨는 “백로가 서로 모여서 추위를 견디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면서 추위를 극복하려는 나름의 지혜로 보인다”라며 “혹한의 겨울을 모두 잘 견뎌서 건강한 모습으로 봄을 맞이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몽골 등 추운 곳에서 겨울을 나려고 따뜻한 남쪽을 찾아왔지만, 최근의 아주 강한 파는 이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겨울이다.
인간에게 견디기 힘겨운 최강의 한파는 새들에게도 마찬가지처럼 보인다.
최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