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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불시대?… “저성장·고령화 ‘우려’”

4만달러 넘보려면… “일자리·신성장 동력 필요”, “규제개혁하고 산업경쟁력 키워야”
10일 오전 종로구에서 폐지상인들이 수레를 끌고 있다.서울시는 지난해 65세 이상 폐지수집 노인 2천417명을 조사한 결과 월 10만원 미만으로 돈을 번다는 응답자가 51.9%에 달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고용 부진,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선진국 ‘언저리’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천349달러로 전년(2만9천745달러)보다 5.4% 늘었다.

선진국의 관문으로 해석되는 1인당 GNI 3만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만달러를 돌파한 2006년을 기준으로 보면 꼬박 12년이 걸렸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전쟁 이후 짧은 기간에 빠르게 발전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며 “1인당 GNI 3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선진국 수준의 경제 규모가 됐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축배를 들며 안주할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성장세가 빠르게 꺾이고 있어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본격적인 선진국이 되려면 3만달러대를 빠르게 돌파하고 성장세가 더욱 확대해야 하는데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은 선진국 주변에 머물러 있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9년), 영국(11년), 독일(5년), 일본(5년)보다 2만달러에서 3만달러까지 도달하는 데 오래 걸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국민소득은 환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금은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 때다"라고 꼬집었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2014년 3.3%에서 2015년 2.8%, 2016년 2.9%로 낮아졌다. 2017년에는 3.1%로 잠깐 올라섰지만 지난해에는 2.7%로 다시 떨어졌다.

경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지속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스페인, 그리스, 키프로스 등은 3만달러를 넘어섰다가 재정위기를 겪고 2만달러대로 뒷걸음질 쳤다.

산술적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이 유지되면 1인당 GNI 4만달러까지는 3만달러 돌파보다 짧은 10년 안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 성장세 둔화 등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는 해도 가계, 기업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양극화 확대, 일자리 부진 때문에 서민, 저소득층은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해서다.

삶의 질 개선 없이 외형적인 소득 지표는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관적인 만족도, 직업 관련 스트레스, 주관적 건강, 사회복지, 대기오염 등 때문에 삶의 질도 낮은 편이다.

유엔의 2018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57개국 중 57위에 그친다. 국민이 느끼는 행복의 격차를 알아보는 ‘행복불평등도’는 157개국 중 96위였다.

성 교수는 “규제 개혁, 산업 개편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산업을 확보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비용 관련 충격을 완화해 경제 성장세를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성장률이 떨어지고 고용이 악화해 양극화가 심화했고 이 때문에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분석하고서 “기업 투자 활성화, 혁신성장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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