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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볼 나이에 겨우 동심의 세계로 들어왔다”

첫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출간한 가수 김창완
가수 김창완이 기자간담회에서 동시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시가 나를 눈뜨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 줄 몰랐다. 그것을 주위에서 일깨워줬다. 너무 감사하다. 책을 쓴 가장 큰 동기가 결핍이다. 아이들에게 벽이 되거나 금지된 것, 마음만 있었고 실행하지 못했던 것을 담았다. 독자들이 유쾌해지고 해방감을 느끼면 좋겠다.”

가수 김창완(65)은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산울림’의 가수 김창완이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문학동네)을 내고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자리를 함께한 이안(52) 시인은 “쉽고 단순한 것이 동시의 생명이다. 김창완의 동시에는 그런 부분이 잘 표현돼있다. 오랜시간 동시를 써온 시인들과는 또다른 색깔을 지녔다. 어떤 한 가지의 모습이 아니라 김창완의 전모를 동시로 표현했다. 포괄적으로 담아낸 작품집”이라고 치켜세웠다.  

“동시의 시대가 조금 더 풍성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김창완 동시는 꼭 어린이가 쓴 것 같다. 완고한 마음의 담장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리고 어른을 가져가버린다. 대신 그 자리에 똘똘하고 깜찍한 어린이를 갖다 놓아서 자꾸만 더 많은 어른을 빼앗기고 싶게 만든다.”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은 등단 6년만에 낸 첫 동시집이다. 시 51편이 담겼다. 김창완이 시를 쓰고 오정택(47)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이 시인을 비롯해 김용택(71)·박철(59)·김개미(48) 시인 등이 추천사를 썼다.  

김용택 시인은 “김창완의 동시를 읽는동안 그의 이런저런 노랫말과 겹치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의 동시, 한 편의 긴 노래, 지금 우리가 하는 말과 몸짓, 생각 그 자체였다. 김창완의 천진난만이 만발했다”고 극찬했다. 김개미 시인은 “김창완은 줄곧 음악으로 우리의 귀에 시를 써왔다. 이제야 자신의 시를 문자화한다. 그의 시는 쓰이기 전에 무르익었다”고 평했다.

김창완은 “큰 시인들이 추천사를 써준 것을 보고 내가 문학동네에 와서 동냥젖을 먹는구나 싶었다. 여태까지 다 느끼지 못했던 감사를 느꼈다. 여러 시상식에 올랐지만, 이렇게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는 드문 일이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엄마 엄마 오늘 학교에서 받아쓰기했는데/ 꽃은 꽃이라고 쓰고/ 병아리는 병아리라고 썼는데/ 무지개는 무지게라고 썼어/ 무지개는 너무 무섭지 않아?/ 무지 무서운 개 같지 않아? 무지개 무지개 아~ 무서워’(‘받아쓰기’ 전문) 

‘나는 어른들이 언제 혼내는지 딱 알지/ 오줌 싸고 다른 이불로 덮어 놨을 때?/ 그럴 때는 혼내기는 커녕/ 뒤돌아서서 웃음 참느라고 볼이 씰룩거리지/ 거짓말했을 때?/ 그때도 그렇게 심하게 혼내지는 않지/ 오히려 거짓말한 걸 자백하라고 슬슬 구슬리지/ 하지만 그럴 때 속으면 바보지/ 한번 한 거짓말은 들통날 때까지 거짓말로 남겨 둘 것/ 어른들이 혼낼 때는 바로 자기들이 거짓말할 때지/ 그 때는 하도 소리를 질러서 우리는 보통 왜 혼나는지도 모르지’(‘혼내기’ 전문) 96쪽, 1만1500원, 문학동네

“‘방이봉방방’은 개가 뀌는 방귀소리를 흉내내는 의성어다. 여기서 말하는 그냥 길거리에서 어슬렁거리는 개가 아니다. ‘받아쓰기’동시 중에 등장하는 무지개다. 아름다운 무지개의 방귀는 해소를 의미한다. 어렸을때는 방귀 소리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가. 어른이 되어서 더 알게 된 세상은 그리 대단하지도 영광스럽지도 않다. 나이 들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별을 잃어버렸나 싶다. 매니저가 곡을 붙였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전에 발표했던 동요 앨범에 담긴 내용과 이번 책에 담긴 내용하고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손주 볼 나이에 겨우 동심의 세계에 들어오게 됐다. 김창완은 1977년 밴드 ‘산울림’으로 데뷔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 어떡해’ ‘너의 의미’등을 히트시켰다. 연기자, 방송진행자, 에세이스트로도 활동했다. 2013년 ‘어떻게 참을까?’  외 3편을 동시전문지 ‘동시마중’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어떤 호칭으로 불러주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그냥 가수로 불러달라”며 웃었다. “데뷔한지 40여년이 됐다. 어쩌다가 가수가 돼서 지금까지 연예인생활을 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늘 하고 다니는 게 민망했다. 동시를 만나기 전과 후가 다르다. 너무 또렷한 존재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을 때는 동요가 잘 안 나온다. 스스로 만든 틀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글쓰기가 쉽지 않다. 자기를 둘러싼 모든 은유를 벗어던저야 투명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제라도 나의 결핍을 고백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이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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