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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 ROTC 출신 최초 육군참모총장

‘육사 독식 깨기’ 화룡점정, 국방장관은 육사 출신이
특수전사령관 거친 야전작전·교육훈련 전문가
김영삼, 박근혜 정부 육사 출신이 국방 요직 장악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이 2019년 5월 17일 동아대 학군단 후보생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동아대 제공)

정부가 21일 학군(ROTC) 출신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을 신임 육군 참모총장으로 발탁했다. 이는 수십 년에 걸친 육군사관학교 독식 체제가 깨지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인사 발표 보도자료에서 “서열과 기수, 출신 등에서 탈피해 오로지 능력과 인품을 갖춘 우수인재 등용에 중점을 뒀다”며 “창군 이래 최초로 학군장교 출신인 남영신 대장을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969년 육사 1기인 서종철 제19대 참모총장 이후 50년 만에 ‘육사 출신 대물림’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서 전 총장 이전에는 창군 주역이었던 군사영어학교와 일본군·만주군 육사 출신들이 육군 참모총장을 맡아왔다.

또한 육사의 육군 참모총장 독점도 끝났다. 청와대는 육사 출신인 서욱 육군 참모총장을 국방장관으로 발탁하는 대신 참모총장 자리를 비육사에게 내주는 일종의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남 내정자는 학군23기 출신으로 3사단장 역임 이후 창군 이래 최초의 비육사 출신 특수전사령관을 지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2번째 국군기무사령관에 임명되면서 촛불집회 진압 계엄령 문건 의혹에 휘말린 기무사를 개혁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그는 기무사 해편 이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재창설을 주도한 공로로 대장 진급에도 성공했다. 나아가 육군 1야전군사령부와 3야전군사령부를 통합한 지상작전사령부의 2대 사령관이 되는 등 현 정부의 총아로 떠올랐다.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면 육사 출신들은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에 이르는 32년의 군사통치 기간 장·차관과 국회의원 등을 지내며 권세를 쥐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 출범으로 끝나는 듯했던 '육사 전성시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다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남재준(육사 25기), 김장수(27기), 박흥렬(28기), 김관진(28기), 한민구(31기) 등 육사 출신들만 국방 요직에 배치했다.

이렇다보니 박 전 대통령 탄핵을 통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로선 육사 배제를 정책 기조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현 정부의 군 인사를 거치면서 육군 내 육사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ROTC 21기)과 육군3사관학교 출신 황인권 2작전사령관(3사 20기)이 대장을 달았다.

또 이번 정부에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육사가 모두 배제된 송영무(해사 27기)-정경두(공사 30기), 정경두-박한기로 짜여졌다.

육군 중장 20명 중 비육사 출신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진성 지작사 부사령관(3사 22기), 최진규 수도군단장(학사 9기), 박상근 3군단장(ROTC 25기), 박양동 6군단장(ROTC 26기), 허강수 7기동군단장(3사 23기) 등 비육사 출신이 약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육사는 육군 참모총장 자리만은 내주지 않았다. 육군 내부 인사권을 쥔 참모총장만은 내줄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돼있었기 때문이다.

비육사 육군 참모총장이 탄생하면 육군 인사행정체계 등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육사 출신들의 인사 상 불이익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4월 육군 참모총장에 비육사 출신을 앉히려 했지만 결국 서욱 현 국방장관을 참모총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군 내부에선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각각 공군, ROTC 출신인 상황에서 육군 참모총장마저 비육사 출신을 임명하면 군 조직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그랬던 청와대는 이번에는 육사의 육군 참모총장 독점을 끝냈다. 육사 출신인 서욱 육군 참모총장을 국방장관으로 발탁하는 대신 참모총장 자리를 비육사에게 내주는 일종의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장관 자리에 3사관학교 출신의 이순진 전 합참의장을 염두에 뒀지만, 육군 참모총장 자리를 가져오기 위해 결국 일종의 정치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육군 참모총장을 제외한 다른 요직에 육사 출신을 앉힌 점도 눈길을 끈다. 정부는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에 육사43기 안준석, 2작전사령관에 육사42기인 김정수를 배치했다. 참모총장 자리를 내준 육사 출신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962년생인 남 내정자는 ROTC 23기로 지상작전사령관, 군사안보지원사령관, 특수전사령관, 3사단장 등을 역임한 야전작전과 교육훈련 분야 전문가다.

남 내정자는 탁월한 작전지휘역량과 조직관리능력을 구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친화력과 인간미로 상하 신망이 두터우며, 철저한 자기관리와 헌신적인 자세, 탁월한 현장 실행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ROTC 장교 출신이 육군 참모총장이 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ROTC(학군단)이란 초급 장교를 충원하기 위해 미국의 학생군사훈련단 제도를 도입해 전국 종합대학 내에 설치한 학생군사훈련단을 가리킨다.

ROTC는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 중에 선발된다. 이들은 군사교육 후 임관종합평가에서 최종 합격하면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소위로 임관한다.

가족으로는 부인 조재은씨와 아들이 있다.
▲1962년생 ▲ROTC23기 ▲3사단장 ▲특수전사령관 ▲군사안보지원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배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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